지식, 마음의 벽




(글과는 별 상관도, 뜻도 없는 2차대전 짤방...-┏)

 얼마 전 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미식축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친구인데 별 생각 없이 '미식축구를 초등 체육 교육에 접목하면 어떻게 될까'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던 게 그 시작이었다. 그 친구는 미식축구에 대해서는 박식하지만 체육교육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고, 반대로 본인은 '하인스 워드' 때문에 간신히 미식축구를 보기 시작하였기에 미식축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으나 체육교육에 대해서라면 자신이 있는 편. 결국 서로 자신있는 부분을 내세워서 타인의 뜻을 꺾어 보려 강조를 하다 보니 결국 서로 언성이 높아져 갈 수밖에 없었다.

 그 날의 무가치한 논쟁을 접하고, 단지 미식축구를 모르고, 미식축구를 학교 현장에 대입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한 이유로 초등교육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에까지 상처를 입힌 그 친구의 가시돋힌 말싸움에 화를 내고 돌아오는 길에, 얼마 전 군대에 간 한 친구를 생각하게 되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일명 E.M(Evil Master)으로 유명한 그 친구. 사악한 마스터링(주 : TRPG 라는 게임 장르에서 스토리를 만들고, 게임을 이끌어가는 행위)과 사악함에 빛을 발하는 엄청난 지식량으로 인해 진정한 사마의 도에 이르렀다는 그 사람.   서로 관심분야가 비슷하기에 이야기가 잘 통하는 면도 있었지만 2차대전이나 TRPG, 축구 등에 대한 지식량에 있어서는 내가 완전히 부족하기에, 서로 자존심만큼은 매우 강한 친구와 나이기에, 어떻게 보면 서로 충돌이 많이 일어날 수도 있는 난감한 조합이기도 한 나와 그 친구.

 하지만 신기한 점은 나와 E.M간의 관계에서는 의외로 충돌이 생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처음 친구와의 대화, 그리고 E.M과 하는 대화의 방식이 서로 달랐다고 할까. E.M과의 대화에서는 변증법적인 해결이 일어나지만, 미식축구에 대한 토론에서는 제로섬 게임이 벌어진 것이랄까.

 미식축구에 대해 토론할 때도 처음에는 얌전한 토론이 벌어졌다. 하지만 '어떻게 자신의 내용을 상대에게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것인가' 라는 입장에서 살펴본다면, 이 토론은 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서로 지기 싫어하는 2명이 만났고, 서로 자신이 잘났고 상대가 모르는 부분, 그리고 상대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 버려서 이성적인 토론을 통한 '결론 도출' 이 아닌, 승패가 갈리는 말싸움인 '제로섬 게임'이 벌어져 버렸으니까.

 반대로 E.M과의 토론은 달랐다. 아예 내가 그 친구보다 아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2차대전이나 TRPG라면 아예 '배우고 들어가는 입장' 이니 토론이라기보다는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나 문답법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축구에 대한 토론으로 들어갈 때에는 달랐다. 예를 들어 한 축구 경기를 본다고 할 때, E.M의 경우에는 수비의 조직력과 강력한 미들싸움을 중시하면서 축구를 보는 편이고, 내 경우에는 미들의 패싱게임을 통한 볼점유율 유지, 효율적인 윙어 활용, 그리고 수비시 미들의 공간 커버능력 쪽을 주로 보는 편이다. 결국, 한 경기를 보고 토론을 들어가면 서로 관심을 두고 보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결국 한 경기를 두 명의 시각으로 보게 된다고 할까? 서로간의 개성을 인정하고 관심있는 분야를 존중해 주다 보니, 혼자 볼 때에 비해서 훨씬 효율적인 시각으로 축구를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삼국지에서 보면 '예형' 이나 '양수'와 같은 뛰어난 지식을 자랑하는 인재들이 많이 나온다.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할 만한 인재들이나 하지만 이 두 명은 그 능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역시 뛰어난 인재인 조조에게 목이 잘리지 않던가. 지식이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상대에게 어떻게 납득시키는가, 그리고 상대에게 지식을 전수받는 사람이 그걸 고깝게 여기지 않고 고맙게 여기도록 만들어 주는가.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햇병아리 교사가 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주제이지만, 이 두 친구를 통해서 어느 정도 그 해답을 향한 동아줄을 찾아보았다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좋은 지적 사색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06년 5얼 23일, 한국 대 세네갈 전을 보면서 한국의 포백 수비조직력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싶은 한 친구를 군대에 보냈음을 아쉬워하며 글을 마친다.

by 마기스트 | 2006/05/24 13:27 | 정치,사회 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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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코끼리엘리사 at 2006/05/24 21:56
"운용아 돌아와~"란 느낌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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